불탑뉴스신문사 차복원 기자 |
국무회의의 정족수주요 쟁점과 입법적 개선방안을 중심으로
1..헌법상 국무회의는 정부의 최고 정책심의기관으로서 정책결정에 신중을 기하고 대통령의 전제나 독선을 방지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런데 국무회의의 정족수를 둘러싼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국무위원 다수가 사직·탄핵 등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되면 정족수 미달로 국무회의가 마비될 우려도 제기된다. 이러한 논란과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입법적 개선방안으로 ① 헌법 또는 법률에 정족수를 명시, ② 의사정족수 기준 조정, ③ 국무위원 직무대행 규정 신설, ④ 국무회의의 공개성 강화 등을 고려할 수 있다.
1..헌법 제88조제1항은국무회의는 정부의 권한에 속하는 중요한 정책을 심의한다.”라고 하여 국무회의가 정부의 최고 정책심의기관임을 규정하고 있다.
그 취지는 대통령이 정책결정 전 다양한 관점과 이익을 반영한 논의를 하게 함으로써 정책결정에 신중을 기하고 대통령의 전제나 독선을 방지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국무회의의 정족수를 둘러싼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정권교체기에 전 정권 국무위원이 집단적으로 사직하거나, 국회의 탄핵소추로 국무위원 다수의 직무가 동시에 정지된 경우, 나머지 국무위원만으로는 국무회의 심의를 위한 정족수를 충족할 수 없어 국무회의의 기능이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러한 우려는 테러나 사고로 인해 국무위원 다수가 사망할 경우에도 현실화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국무회의의 정족수와 관련된 쟁점을 검토한 후 입법적 개선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2..국무회의 정족수 관련 쟁점
(1) 국무회의 심의를 위한 최소 인원
헌법 제88조제2항은 “국무회의는 대통령·국무총리와 15인 이상 30인 이하의 국무위원으로 구성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해임·사임·사망·탄핵 등 사유로 국무회의에 출석할 수 있는 국무위원이 15인 미만이 될 경우 헌법상 ‘국무위원 15인 이상으로 구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논란이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반드시 15인 이상의 국무위원이 출석해야만 국무회의를 개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구성원’이란 재적위원이 아닌 법정의 위원정수를 의미하므로 해임·사임·사망 등 사유로 궐위되거나 국회에서 탄핵소추되어 직무가 정지된 인원도 구성원에 포함된다고 한다.
현행 「정부조직법」상 국무회의의 정원은 총 21명(대통령·국무총리·국무위원 19명)인데, 「국무회의 규정」 제6조제1항에 따라 국무회의는 구성원 과반수의 출석으로 개의하므로,
결국21명의 과반수인 11명만 출석하면 국무회의를 개의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헌법재판소 역시 2025년 4월 윤석열 대통령 탄핵사건에서 “국무회의는 구성원 과반수의 출석으로 개의하는데, 이 사건 계엄 선포 당시 과반수는 11명 이상”이라고 판시하여, 국무회의의 심의를 위한 최소 인원은 11명이라고 보았다.
(2) 대리출석한 차관의 정족수 포함 여부
「국무회의 규정」 제7조제1항은 “국무위원이 국무회의에 출석하지 못할 때에는 각 부의 차관이 대리하여 출석한다.”라고 정한다.
본 규정에 따라 국무회의에 출석한 차관을 국무회의 개의를 위한 정족수 계산 시 출석인원에 포함할지 논의된다.
「정부조직법」 제7조제2항은 행정기관의 차관은 “기관의 장이 사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으면 그 직무를 대행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라 차관이 대행하는 장관의 직무에는 국무위원 지위에서 행하는 직무도 포함되므로 대리출석한 차관도 정족수에 포함해야 한다는 해석이 있다.
이에 대해, ‘국무위원’의 지위와 ‘행정각부의 장’의 지위는 구분되는데, 「정부조직법」에 따라 차관이 대행하는 것은 행정각부의 장의 직무이고 국무위원의 직무가 아니므로, 국무회의에 출석한 차관은 정족수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반론이 있다.
(3) 국무회의 심의를 생략한 행위의 효력
헌법 제89조는 국정의 기본계획과 정부의 일반정책(제1호), 중요한 대외정책(제2호), 법률안(제3호), 계엄 선포(제5호) 등 일정한 사항에 대해서는 반드시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치도록 정하고 있다. 대통령이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치지 않고 이러한 행위를 할 경우 그 행위에 효력이 인정되는지 논의된다. 학계에서는
(i) 헌법에서 반드시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치도록 명시한 이상 이를 거치지 않은 행위는 무효라는 견해와
(ii) 국무회의는 의원내각제의 내각과 같은 의결기관이 아니라 단순한 심의기관에 불과하기 때문에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치지 않는 행위는 위법하기는 하지만 유효하다는 견해가 대립한다.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사건에서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함에도 이를 거치지 않은 것은 탄핵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았으나, 그러한 행위에 효력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4) 국무회의 회의록의 작성 및 공개
작년 12월 3일 선포된 비상계엄이 국무회의 심의 절차를 준수했는지와 관련해 회의록이 작성되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국무회의 회의록에는 참석자 현황과 심의사항 전반의 내용이 기록된다. 따라서 회의록을 통해 국무회의가 정족수를 충족했는지 여부나 헌법상 필요적 심의사항에 대해 심의가 이루어졌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국무회의 규정」 제11조에 따르면, 국무회의의 간사는 회의록을 작성하고(제1항), 행정안전부장관은 위 회의록을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국무총리·국무위원 및 배석자에게 송부한다(제2항). 완성된 회의록은 정보의 사전적 공개를 규정하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7조에 따라 공개되어야 한다. 그러나 위 비상계엄에서와 같이 국무회의 회의록이 작성되지 않은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회의록이 작성되는 경우에도 회의일과 상당한 시간차를 두고 공개되고 있다.
3.. 입법적 개선방안
(1) 정족수를 헌법이나 법률에 직접 규정현재 국무회의의 개의 및 의결 요건은 대통령령인 「국무회의 규정」에 규정되어 있다. 이는 국회, 헌법재판소 등 다른 헌법기관의 정족수가 헌법이나 법률에 명시되어 있는 것과 구분된다.
국무회의의 법적 중요성을 감안하여 국무회의의 정족수를 헌법이나 법률에서 직접 정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제22대 국회에도 「국무회의 규정」상의 정족수 조항을 「정부조직법」으로 상향하여 규정하는 내용의 법률안이 발의되어 있다.
(2) 의사정족수 기준 변경「국무회의 규정」상 국무회의의 의사정족수는 ‘구성원 과반수의 출석’이다(제6조제1항).
전술한 정부의 해석에 따르면 ‘구성원’에는 공석이거나 탄핵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국무위원도 포함되므로, 사임·사망·탄핵 등 사유로 인해 국무회의에 출석할 수 있는 국무위원의 수가 11명 미만이면 의사정족수 미달로 국무회의를 개의할 수 없게 된다.
국무회의의 기능이 마비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국무회의의 의사정족수를 ‘구성원’ 기준에서 ‘재적’ 기준으로 변경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재적’이란 ‘어떤 단체에 적을 두고 있는 것’을 의미하므로 해임, 사임 등 사유로 결원된 자는 분모에서 제외된다.
그 결과 상대적으로 국무회의의 의사정족수를 충족하기가 수월해진다.
(3) 국무위원에 대한 직무대행 규정 신설‘국무총리’와 ‘행정각부의 장’의 직무대행에 대해서는 「정부조직법」에서 명시적으로 규율하고 있으나,
‘국무위원’의 직무대행에 대해서는 명시적인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정부조직법」상 차관이 대행할 수 있는 장관의 직무에 국무위원으로서 수행할 수 있는 직무도 포함되는지를 둘러싸고 해석상 논란이 있다.
또한, 실무상 국무위원에 대한 직무대행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므로, 국무위원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마다 해당 직무에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해석상 논란을 해소하고 국정 공백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조직법」을 개정하여 국무위원의 직무대행에 대해서도 명시적인 규정을 두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다.
다만, 이에 대해서는 현행 헌법상 국무위원이 아닌 차관으로 국무회의를 구성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반대 의견이 있을 수 있어 보인다.
(4) 국무회의의 공개성 강화국무회의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를 보다 충실하게 보장하기 위해 국무회의의 공개성을 강화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한 가지 방안으로, 현재 대통령령에 근거를 두고 있는 간사의 국무회의록 작성 의무를 법률 차원에 명시하고, 「정부조직법」이나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회의록 작성 의무 미이행에 대한 벌칙 규정을 마련하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다른 방안으로 국무회의 자체를 공개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헌법상 국회의 회의나 법원의 재판이 원칙적으로 공개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국무회의도 특별한 비공개 사유가 없는 한 원칙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4...헌법상 정부의 최고 정책심의기관으로서 국무회의가 지니는 중요성을 감안할 때 국무회의의 구성 및 운영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국정운영의 안정성, 정당성 및 예측가능성을 저해할 수 있다. 국무회의의 정족수에 관한 논란을 정리하고 정족수 미달로 인한 국무회의 마비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떠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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